Day 12.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
1️⃣ 바람이 달라진 날, 계절을 느끼다
오늘 아침, 창문을 열자 공기가 달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바람이 스며들었는데, 이제는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늘 그랬듯 도시는 아무렇지 않게 바쁘지만, 내 미니정원 속 공기만큼은 그 변화를 먼저 알아챈다. 소담이의 잎 끝에도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색이 살짝 짙어지고, 표면이 단단해졌다. 여름의 유연함 대신, 조금은 단정한 가을의 기운이 느껴졌다. 계절이 옮겨가는 걸 가장 먼저 알려주는 건 언제나 이 초록이었다.

2️⃣ 변하는 것 속에서 변하지 않는 마음
햇살이 베란다를 천천히 스쳤다. 커피를 들고 앉아, 소담이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문득 생각했다. 계절이 이렇게 바뀌어도, 내가 매일 아침 커튼을 걷고 소담이에게 인사하는 이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반려식물과 함께한 시간은 단순히 ‘키우는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루틴’이 되었다. 세상이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도, 초록 앞에 앉는 그 순간만큼은 늘 같았다. 변하지 않는 건 결국 마음이었다. 꾸준히 돌보고, 기다리고, 바라보는 마음. 그것이 소담이에게도, 나에게도 뿌리가 되어 있었다.
3️⃣ 계절이 가르쳐주는 균형의 미학
점심 무렵, 햇빛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하루의 길이가 줄어드는 만큼, 소담이에게 닿는 빛의 양도 달라진다. 그래서 오늘은 화분의 위치를 조금 옮겨주었다. 이런 사소한 조정이 바로 베란다식물을 돌보는 묘미다. 변화에 맞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식물은 말없이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만, 그 안에는 생존의 지혜가 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세상이 변해도 중심을 잃지 않는 마음. 그게 아마 진짜 힐링라이프의 모습일 것이다. 소담이를 바라보며, 나 역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4️⃣ 시간은 흘러도, 마음은 남는다
해질 무렵, 주황빛 햇살이 베란다를 채웠다. 그 빛 속에서 소담이의 잎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잠시 그 앞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순간이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랐다. 도시정원 속 초록과 함께한 계절들은 나를 천천히 바꾸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늘 급했지만, 지금은 기다릴 줄 안다.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건 결국 이런 마음의 온도다. 초록의 시간은 언제나 느리지만, 그 느림 속에서 나는 진짜 나를 찾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