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정원

Day 1. 회색빛 속에 심은 첫 초록

world2002-01 2025. 10. 12. 22:34

1️⃣ 도시의 소음 속에서 피어난 결심

오늘도 아침 출근길, 회색빛 도심이 내 마음을 덮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늘 똑같았다. 건물, 차, 사람, 또 건물. 도시의 소음은 익숙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점점 메말라가는 느낌이었다. 커피를 마셔도, 노래를 들어도 마음이 텅 빈 듯했다. 점심시간, 회사 근처 카페 창가에서 작은 식물 하나를 봤다. 초록빛이 유리창을 타고 들어와 빛났다. 그건 스투키였다. 단단하게 서 있는 잎이 마치 “괜찮아, 여전히 살아 있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순간, 나도 내 공간에 이런 초록을 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퇴근길, 나는 충동적으로 꽃집에 들렀다. 그리고 작고 단단한 식물 하나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2️⃣ ‘소담이’와의 첫 만남

집에 돌아오자마자 화분을 베란다 한켠에 두었다. 처음엔 이름이 없어 어색했다. 그런데 이 작은 식물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왠지 “소담하다”는 단어가 떠올랐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어딘가 정겹고 따뜻했다. 그래서 이름을 ‘소담이’라고 지었다. 내 첫 베란다식물이었다. 조명을 꺼두고 베란다 불빛만 켜니, 소담이의 초록빛이 방 안에 고요하게 번졌다. 그 빛이 낯설 만큼 따뜻했다. 퇴근 후 아무 일도 하기 싫던 내가, 소담이를 위해 흙의 촉감을 느끼고 물을 조금 주었다. 신기하게도 손끝이 편안해졌다. 하루종일 쌓였던 피로가 조금씩 녹아내렸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도시의 피로를 이길 수 있는 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내 손안의 작은 미니정원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3️⃣ 초록이 일상에 스며드는 시간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 무심코 베란다를 바라보았다. 소담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햇살을 받으며 조금 더 또렷한 초록빛을 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제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소담이를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잠시 눈을 맞추면, 마음이 고요해졌다. 주말엔 작은 화분을 하나 더 들일까 생각했다. 베란다의 한쪽 벽을 작은 도시정원으로 만들고 싶었다. 회사 일로 정신없던 나의 하루에, 초록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치 마음의 구석에 남아 있던 먼지를 천천히 털어내듯이, 소담이는 나의 일상 속 공기를 정화시켜주고 있었다.


4️⃣ 한 뼘의 초록이 준 마음의 변화

오늘 밤, 불을 끄기 전 베란다로 나갔다. 어둠 속에서도 소담이의 초록빛 윤곽이 은은하게 빛났다. 손끝으로 잎사귀를 살짝 만지며 “오늘 하루도 고마워”라고 중얼거렸다. 이 작은 식물 하나 덕분에 내 하루가 달라졌다. 퇴근 후 무의미하던 시간이 이제는 따뜻한 루틴으로 채워지고 있다. 도시의 회색빛 속에서도 내 안엔 분명 초록의 공간이 자라나고 있었다. 식물을 돌보는 일은 곧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오늘, 내 마음도 조금은 소담해졌다. 내일 아침엔 소담이에게 더 밝은 햇살을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힐링라이프는 아주 작은 초록에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