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잎사귀 위의 먼지처럼 쌓인 하루
오늘은 하루 종일 머리가 무거웠다. 일도 많았고,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유난히 예민했다. 퇴근길에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왠지 탁해 보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베란다로 향했다. 소담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잎사귀 위로 살짝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며칠간 환기를 자주 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조명 아래에서 잎을 보니, 그 먼지가 마치 내 마음의 피로처럼 느껴졌다. ‘이 먼지를 닦아내면 나도 조금은 가벼워질까.’ 그렇게 생각하며 부드러운 천을 꺼냈다.

2️⃣ 닦는다는 건 비우는 일
물에 적신 천으로 잎사귀를 하나하나 닦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먼지가 많았다. 손끝으로 닿는 잎의 감촉이 차갑지만 살아 있었다. 닦을 때마다 잎의 색이 점점 짙어지고, 그 윤기 속에 내 마음도 함께 반짝이는 듯했다. 반려식물을 돌보는 일은 단순히 꾸미는 행위가 아니라 정화의 시간이다. 내 마음속 복잡한 생각들이 잎사귀 위의 먼지처럼 조금씩 지워지는 느낌이었다. 묘하게 집중되면서 잡생각이 사라지고, 오직 그 순간에만 머물렀다. 잎 하나를 닦고 나면, 나 자신도 조금은 새로워졌다.
3️⃣ 도시 속 초록이 주는 정화의 힘
창문을 열어두니 저녁바람이 살짝 스며들었다. 먼지를 닦은 잎사귀가 그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그 움직임이 마치 감사 인사처럼 느껴졌다. 도시는 여전히 소음으로 가득했지만, 이 작은 미니정원 속 공기는 다르게 느껴졌다. 초록의 냄새, 흙의 온기, 그리고 조용한 생명력. 베란다식물들이 내 공간의 공기를 맑게 만들고, 동시에 내 마음도 정화시켰다. 깨끗해진 잎사귀는 작은 거울처럼 조명을 반사했다. 그 반사된 빛이 내 방 안을 환하게 비췄다. 마치 내 마음의 안쪽까지 비춰주는 듯했다.
4️⃣ 닦은 잎사귀에 비친 나의 얼굴
모든 잎을 다 닦고 나니 소담이가 처음처럼 싱그럽게 빛났다. 흙의 냄새가 더 짙어졌고, 공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피로는 쌓이는 게 아니라, 그냥 방치되는 거라는 걸. 마음도, 식물도 마찬가지다. 관심을 두고 닦아내면 다시 맑아진다. 도시정원 속 이 작은 청소가 내 하루의 정화 의식이 되었다. 깨끗해진 잎 사이로 비친 내 얼굴이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여전히 피곤하지만, 눈빛만큼은 살아 있었다. 오늘도 초록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내일은 조금 더 부드러운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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