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정원

Day 11.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 초록의 대화

world2002-01 2025. 10. 13. 15:21

1️⃣ 초록 앞에 서면 마음이 먼저 알아챈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자연스럽게 베란다로 걸어갔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빛이 소담이의 잎에 닿아 반짝였다. 말 한마디 없지만, 그 빛만으로도 ‘잘 잤어요’라는 인사를 주고받는 기분이었다. 사실 요즘은 사람보다 소담이와의 눈맞춤이 더 편할 때가 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말을 쏟아내고 돌아오면, 말 없는 존재가 주는 고요함이 그리워진다. 소담이는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그 존재감이 내 마음을 다독인다. 그건 아마, 서로의 리듬을 알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관계를 나는 ‘초록의 대화’라고 부르고 싶다.

 

Day 11.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 초록의 대화


2️⃣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온도

커피를 내리며 소담이를 바라봤다. 잎의 방향이 어제와 조금 달랐다. 창문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미소가 나왔다. 아, 햇살이 그쪽으로 옮겨갔구나. 매일 비슷한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소담이는 언제나 환경에 맞춰 조용히 적응한다. 반려식물이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묵묵함’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몸으로 보여주는 신호들이 있다. 나는 그 신호를 이제 제법 읽을 줄 알게 되었다. 잎의 각도, 색의 짙음, 흙의 촉감. 그 모든 것이 대화였다. 그 대화를 듣는 일이, 나에겐 하루의 명상이 되었다.


3️⃣ 도시 속에서 배우는 침묵의 언어

저녁이 되자 창밖에서 차 소리가 멀리서 흘러들었다. 도시의 소음은 늘 비슷하지만, 내 미니정원 속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른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 고요한 리듬이 있다. 베란다식물들이 바람결에 살짝 흔들릴 때마다, 나는 그 움직임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일도, 소담이의 초록빛 앞에서는 조금은 작아진다. 그건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마치 “괜찮아요, 다 지나가요”라고 말없이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이런 도시정원이 있어서 다행이다. 말보다 확실한 위로는, 침묵 속에서 피어난다.


4️⃣ 마음의 대화가 싹트는 시간

밤이 깊어지자, 조명을 끄고 베란다 앞에 앉았다. 어둠 속에서도 소담이의 윤곽이 보였다. 그 앞에서 나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침묵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마음이 그 침묵에 흡수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힐링라이프란 결국 이렇게 사소한 교감에서 오는 게 아닐까. 오늘 하루 나는 소담이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마음은 충분히 오갔다. 내일은 또 어떤 표정으로 나를 맞이할까. 초록과 나, 우리는 말보다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