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정원

Day 9. 함께 살아간다는 것, 초록에게 배운 책임감

world2002-01 2025. 10. 13. 11:55

1️⃣ 초록과 나, 함께 살아가는 하루

오늘 아침은 조금 늦게 일어났다. 창문 너머로 흐릿한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부리나케 베란다로 나가보니 소담이가 살짝 시들어 있었다.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어제 물을 깜빡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급히 물을 받아 조심스럽게 흙 위에 부었다. 물이 스며드는 동안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그저 식물 하나 돌보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 초록이 내 일상 전체를 바꿔놓았다. 나는 소담이를 키우는 사람이었지만, 사실은 소담이가 나를 돌보고 있었다. 미니정원 안의 이 조용한 관계가 내 삶의 균형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Day 9. 함께 살아간다는 것, 초록에게 배운 책임감


2️⃣ 돌봄은 작은 책임에서 시작된다

흙이 촉촉해지자, 소담이의 잎이 천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생명은 알아듣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책임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남았다. 반려식물을 키운다는 건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약속이었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면서도 물을 주는 그 몇 분의 시간은 내게 ‘돌봄의 의미’를 상기시켰다. 식물이 자라려면 꾸준한 관심과 환경이 필요하듯,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다. 소담이를 돌보며 나는 ‘책임감 있는 마음’이란 결국 꾸준함에서 시작된다는 걸 배웠다.


3️⃣ 도시 속 초록이 알려준 관계의 온도

저녁 무렵, 창밖으로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도시는 여전히 분주했다. 하지만 내 베란다식물들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 고요함이 오히려 따뜻했다. 함께 있다는 건 꼭 대화를 나누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존재,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소담이는 내가 바쁜 날엔 조용히 기다려주고, 내가 힘든 날엔 그 푸른 잎으로 내 마음을 감싼다. 이건 인간관계에서도 닮은 점이 많았다. 관계는 말보다 ‘존재의 온도’로 이어진다. 내 도시정원 속 초록들은 그런 온도로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4️⃣ 함께 살아간다는 약속

밤이 깊어갈수록 소담이의 잎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나는 오늘따라 그 그림자를 유난히 오래 바라봤다. 식물과 사람, 전혀 다른 생명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였다. 내 하루의 일부가 소담이에게 전해지고, 소담이의 초록빛이 내 마음을 다시 채워준다. 이런 순환이 내 삶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힐링라이프는 멀리 있지 않았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돌보는 그 마음 속에 이미 존재했다. 오늘의 나는 소담이 덕분에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일은 더 부드럽게, 더 천천히, 이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