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정원

Day 12.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

world2002-01 2025. 10. 13. 16:17

1️⃣ 바람이 달라진 날, 계절을 느끼다

오늘 아침, 창문을 열자 공기가 달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바람이 스며들었는데, 이제는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늘 그랬듯 도시는 아무렇지 않게 바쁘지만, 내 미니정원 속 공기만큼은 그 변화를 먼저 알아챈다. 소담이의 잎 끝에도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색이 살짝 짙어지고, 표면이 단단해졌다. 여름의 유연함 대신, 조금은 단정한 가을의 기운이 느껴졌다. 계절이 옮겨가는 걸 가장 먼저 알려주는 건 언제나 이 초록이었다.

 

Day 12.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


2️⃣ 변하는 것 속에서 변하지 않는 마음

햇살이 베란다를 천천히 스쳤다. 커피를 들고 앉아, 소담이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문득 생각했다. 계절이 이렇게 바뀌어도, 내가 매일 아침 커튼을 걷고 소담이에게 인사하는 이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반려식물과 함께한 시간은 단순히 ‘키우는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루틴’이 되었다. 세상이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도, 초록 앞에 앉는 그 순간만큼은 늘 같았다. 변하지 않는 건 결국 마음이었다. 꾸준히 돌보고, 기다리고, 바라보는 마음. 그것이 소담이에게도, 나에게도 뿌리가 되어 있었다.


3️⃣ 계절이 가르쳐주는 균형의 미학

점심 무렵, 햇빛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하루의 길이가 줄어드는 만큼, 소담이에게 닿는 빛의 양도 달라진다. 그래서 오늘은 화분의 위치를 조금 옮겨주었다. 이런 사소한 조정이 바로 베란다식물을 돌보는 묘미다. 변화에 맞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식물은 말없이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만, 그 안에는 생존의 지혜가 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세상이 변해도 중심을 잃지 않는 마음. 그게 아마 진짜 힐링라이프의 모습일 것이다. 소담이를 바라보며, 나 역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4️⃣ 시간은 흘러도, 마음은 남는다

해질 무렵, 주황빛 햇살이 베란다를 채웠다. 그 빛 속에서 소담이의 잎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잠시 그 앞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순간이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랐다. 도시정원 속 초록과 함께한 계절들은 나를 천천히 바꾸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늘 급했지만, 지금은 기다릴 줄 안다.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건 결국 이런 마음의 온도다. 초록의 시간은 언제나 느리지만, 그 느림 속에서 나는 진짜 나를 찾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