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정원

Day 7. 기다림의 미학, 초록이 가르쳐준 시간의 속도

world2002-01 2025. 10. 13. 09:02

1️⃣ 멈춘 듯 보이지만, 자라고 있었다

오늘 아침, 소담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며칠째 그대로인 것 같네.’ 잎의 길이도, 색도, 처음 봤을 때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순간 살짝 걱정이 되었다. 혹시 뿌리가 약해진 걸까? 흙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괜히 방해될까 싶어 손을 멈췄다. 대신 조금 떨어져서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깨달았다. 식물의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자라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변화는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소담이를 통해 다시 배웠다.

 

Day 7. 기다림의 미학, 초록이 가르쳐준 시간의 속도


2️⃣ 기다림이 주는 평화

퇴근 후, 베란다로 향하니 햇살이 이미 저물어 있었다. 오늘따라 소담이의 잎끝이 유난히 고요해 보였다.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니 여전히 단단했다. ‘괜찮아, 잘 지내고 있구나.’ 스스로 중얼거렸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다. 모든 게 실시간이고, 모든 결과를 빨리 보길 원한다. 그런데 식물은 다르다. 반려식물은 기다림의 존재다. 흙이 마를 때까지, 새순이 나올 때까지, 그저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진다. 조급함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신뢰가 자란다. 식물은 내게 ‘기다린다는 건 믿는다는 것’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물을 급하게 주지 않았다. 그냥 그 존재를 믿고, 함께 있었다.


3️⃣ 도심 속에서 배우는 느림의 기술

도시의 삶은 늘 시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출근하고, 몇 시까지 결과를 내야 하는 하루. 하지만 베란다의 미니정원은 그 모든 시계를 멈춰놓는다. 흙 위의 시간은 다르다. 분초 대신 햇살과 온도로 시간을 잰다.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느림의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급히 자라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멈춘 듯 보여도 그 안에서 무언가가 준비되고 있다는 것. 도시의 빌딩 사이에 갇혀 살면서도, 이 작은 초록 하나가 내게 ‘삶의 여유’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베란다식물을 돌보는 일은 나 자신을 돌보는 연습이기도 했다.


4️⃣ 오늘의 끝, 믿음으로 쌓인 하루

밤이 깊어가고, 소담이의 그림자가 벽에 비쳤다. 잎의 선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하루의 끝을 알렸다. 나는 그 그림자를 바라보며 오늘의 마음을 정리했다. 식물은 한 번도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설 자리를 지킨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도시정원 속 소담이처럼, 내 자리를 지키며 천천히 성장하는 사람으로. 기다림은 결코 멈춤이 아니다. 그건 조용한 전진이다. 내일 소담이를 보면, 어쩌면 오늘보다 아주 조금 더 자라 있을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삶은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