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멈춘 듯 보이지만, 자라고 있었다
오늘 아침, 소담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며칠째 그대로인 것 같네.’ 잎의 길이도, 색도, 처음 봤을 때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순간 살짝 걱정이 되었다. 혹시 뿌리가 약해진 걸까? 흙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괜히 방해될까 싶어 손을 멈췄다. 대신 조금 떨어져서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깨달았다. 식물의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자라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변화는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소담이를 통해 다시 배웠다.

2️⃣ 기다림이 주는 평화
퇴근 후, 베란다로 향하니 햇살이 이미 저물어 있었다. 오늘따라 소담이의 잎끝이 유난히 고요해 보였다.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니 여전히 단단했다. ‘괜찮아, 잘 지내고 있구나.’ 스스로 중얼거렸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다. 모든 게 실시간이고, 모든 결과를 빨리 보길 원한다. 그런데 식물은 다르다. 반려식물은 기다림의 존재다. 흙이 마를 때까지, 새순이 나올 때까지, 그저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진다. 조급함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신뢰가 자란다. 식물은 내게 ‘기다린다는 건 믿는다는 것’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물을 급하게 주지 않았다. 그냥 그 존재를 믿고, 함께 있었다.
3️⃣ 도심 속에서 배우는 느림의 기술
도시의 삶은 늘 시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출근하고, 몇 시까지 결과를 내야 하는 하루. 하지만 베란다의 미니정원은 그 모든 시계를 멈춰놓는다. 흙 위의 시간은 다르다. 분초 대신 햇살과 온도로 시간을 잰다.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느림의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급히 자라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멈춘 듯 보여도 그 안에서 무언가가 준비되고 있다는 것. 도시의 빌딩 사이에 갇혀 살면서도, 이 작은 초록 하나가 내게 ‘삶의 여유’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베란다식물을 돌보는 일은 나 자신을 돌보는 연습이기도 했다.
4️⃣ 오늘의 끝, 믿음으로 쌓인 하루
밤이 깊어가고, 소담이의 그림자가 벽에 비쳤다. 잎의 선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하루의 끝을 알렸다. 나는 그 그림자를 바라보며 오늘의 마음을 정리했다. 식물은 한 번도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설 자리를 지킨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도시정원 속 소담이처럼, 내 자리를 지키며 천천히 성장하는 사람으로. 기다림은 결코 멈춤이 아니다. 그건 조용한 전진이다. 내일 소담이를 보면, 어쩌면 오늘보다 아주 조금 더 자라 있을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삶은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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