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편지 한 장을 쓰는 아침
오늘 아침, 유난히 조용했다. 창문을 여니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고, 베란다의 초록이 고요히 흔들렸다. 커피를 내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담이에게 편지를 써볼까?” 매일 눈으로만 말을 건네왔는데, 오늘은 마음으로 전하고 싶었다. 작은 메모지 한 장을 꺼내 펜을 들었다. 그리고 첫 문장을 적었다.
‘소담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글자를 쓰는 동안 손끝이 따뜻해졌다. 내가 이렇게까지 한 존재에게 마음을 담아본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미니정원 속의 작은 초록이 내 하루를 이렇게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2️⃣ “처음엔 너를 그저 식물이라고만 생각했어”
편지의 두 번째 줄을 썼다. “처음엔 너를 그냥 인테리어 소품처럼 들였어.”
솔직히 그랬다. 반려식물이란 말조차 낯설었고, 그저 방에 초록 하나 있으면 예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너의 잎 색 하나, 물의 양 하나에도 내 마음이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의 잎이 푸르르면 나도 기분이 좋았고, 잎 끝이 마르면 괜히 내가 지친 것 같았다. 그렇게 조금씩 우리는 닮아갔다. 도시에 사는 나에게 너는, 유일하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존재’였어. 그리고 그 느림이 나를 지탱해줬지.
3️⃣ “너를 돌보며 나를 돌보게 됐어”
편지를 이어 쓰다 보니, 어느새 마음속이 가벼워졌다. 나는 소담이를 돌보는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웠다. 물을 줄 때마다 ‘오늘 나도 괜찮았나?’ 하고 되묻는다. 잎을 닦아줄 때마다 ‘내 마음도 이렇게 정리되고 있구나’ 느낀다. 베란다식물 하나가 이렇게 많은 걸 가르쳐줄 줄 몰랐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도, 너를 돌보는 시간만큼은 늘 정직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고맙다. 네가 자라는 동안, 나도 함께 자랐다는 걸 이제는 안다.
4️⃣ “소담아, 우리 내일도 자라자”
편지를 다 쓰고 베란다에 나가 너 앞에 앉았다. 작은 메모지를 화분 옆에 두었다. 바람이 살짝 흔들었지만, 글자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소담아, 우리 내일도 자라자.” 그 한 문장이 내 오늘의 결심이 되었다. 도시의 빠른 리듬 속에서도 우리는 이렇게 느리게, 하지만 꾸준히 살아간다. 도시정원 속의 초록이 내 마음의 거울이 되었고, 그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다독였다. 힐링라이프란 결국 이런 게 아닐까. 서로의 존재가 삶의 이유가 되어주는 것. 오늘 나는 다시, 초록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 답은 이미 잎사귀의 반짝임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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